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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사도행전 - 교회를 말하다

김춘기 교수님이 쓰신

'사도행전 - 교회를 말하다'의 서론입니다.  

 

신약성서에서 유일한 역사서는 사도행전이다.

그러나 사도행전은 오늘날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역사서는 아니다. 흔히 역사서라고 하면 사실 보도에 충실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당시의 역사서는 사실을 정확하게 보도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일어난 사실의 의미가 무엇인가를 찾는 데 더 치중하였다. 이 점에서 사도행전도 초대교회의 역사를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사실 보도가 목적이 아니었다. 오히려 초대교회에 나타난 여러 가지 사건들을` 통하여 하나님의 궁극적인 뜻이 무엇인지를 보이려는 데 있다. 그러므로 사도행전도 다른 성서와 마찬가지로 신앙 고백적인 책이다.

 

‘사도행전’이라 할 때 우리는 흔히 사도행전이 주님의 모든 제자의 사역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적으로 사도행전의 주인공은 두 사람이다. 그 중 한 사람은 베드로이고 다른 사람은 바울이다. 이 두 사람을 중심으로 지역에 따라 하나님이 어떤 사람을 통하여 어떻게 복음을 성공적으로 전파하고 있는지를 설명해 주고 있다. 

 

이 점에서 엄밀한 의미로 보면 사도행전의 주인공은 베드로나 바울이 아니라 하나님 자신(성령)이며, 사도행전의 주제는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하나님은 모든 것들을 합력하여 복음을 땅 끝까지 전파하신다는 ‘하나님의 궁극적 승리’이다. 사도행전은 치밀한 구조로 그것을 설명한다. 그 구조를 이루는 핵심적인 구절이 1:8절 말씀이다. 

 

오직 성령이 너희에게 임하시면 너희가 권능을 받고 예루살렘과 온 유대와 사마리아와 땅 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리라 하시니라

 

이 말씀에 기초해 보면 사도행전은 다음과 같은 신학적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첫째, 지금까지 성도들은 예수의 재림을 기다렸으며, 그 재림은 역사의 종말에 올 것이고, 그때 하나님의 나라가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하였다(1:6). 그러나 본문에서는 성도들이 땅 끝까지 복음에 대한 증인으로 사역한 후에야 종말이 올 것임을 말한다. 이것은 재림의 지연에 대한 누가신학의 새로운 해석이다. 즉, 종말이 오기 전에 교회 시대가 이 땅 위에서 지속된다는 것이다. 

 

둘째, 복음은 지리적, 민족적으로 순차적으로 전파될 것이다. 그 순서는 예루살렘 -> 온 유대 -> 사마리아 -> 땅 끝이다. 

복음의 시작은 예루살렘이다. 그것은 구약성서에서 예언한 대로 하나님의 구원 역사가 이스라엘을 통하여 세계로 전파된다는 것을 말하기 위함이다(사 49:6). 이 점에서 예루살렘에서 복음 전파가 시작되어 땅 끝까지 나아가는 것이 하나님의 구원역사의 과정을 완성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누가는 부활한 예수가 그의 제자들에게 “너희는 위로부터 능력으로 입혀질 때까지 이 성(예루살렘)에 머물라’(눅 24:49)고 명령하신 것을 기록하였다. 

 

사도행전은 그 명령을 수행하기 위하여 1:8절에서 지리적, 민족적 측면으로 설명한다. 먼저 예루살렘은 유대교의 중심이며 복음의 근원지이다. 복음의 근원지인 예루살렘으로부터 복음 전도가 시작되어, 그 다음 선교지인 온 유대와 사마리아로, 그 후 땅 끝, 즉 이방 세계까지 전파된다. 

 

이것을 민족적으로 보면, 예루살렘과 유다는 유대인들의 지역이고, 사마리아는 유대교 문화권에 속하고 있지만 유대인과 조금 다른 문화권에 속하는 지역이다. 그들은 유대인이지만 혼혈종족이며 하나님을 믿고 있지만 전통적 유대교에 비해서 신학과 예배 장소가 달랐다. 그 다음은 복음 전도의 종착지인 땅 끝이다. 여기서 땅 끝은 로마를 말하지만, 그것은 상징적 의미이다. 땅 끝은 이방인들의 영역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복음은 지리적으로는 예루살렘에서 시작하여 더 넓은 세계로, 민족적으로 보면 유대인들에서 시작하여 이방인들에게로 전파되는 것이다. 

 

결국 사도행전은 복음이 유대교의 핵심인 예루살렘에서 시작하여 유대교 영역 전체로 번진 후 유대교의 주변 문화권인 사마리아로 그리고 마지막에는 이방 문화권(땅 끝)까지 확산되어 세계를 복음화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러한 지리적 구분에 따라 사도행전이 구성되어 있다.

 

1. 예루살렘에서 복음이 시작된다(1:1-6:7).

2. 복음이 핍박을 이기고 온 유대와 사마리아로 전파된다(6:8-9:31).

3. 베드로가 고넬료를 변화시킨 후 복음이 이방인에게 전파된다(9:32-28:31).

이렇게 복음을 전파하기 위하여 사도행전은 두 가지 점을 강조한다. 

 

첫째, 지리상으로는 네 지역(예루살렘, 온 유대, 사마리아, 이방)으로 나누어지지만, 실제적으로는 두 지역으로 나누어진다. 그것은 여호와 하나님을 이미 믿고 있는 유대교 지역(예루살렘, 온 유대, 사마리아)과 하나님을 알지 못하는 이방지역(땅 끝, 혹은 로마제국)이다. 이렇게 구분한 것은 기독교 선교는 유사한 문화권에서 시작하여 다른 문화권으로 전파된다는 것을 보이기 위함이다. 

 

이 두 지역이 복음화가 되기 위한 전제조건은 인간의 준비나 위대함이 아니라, 하나님의 영인 성령의 역사하심이다. 유대교 문화권을 복음화하는 사건은 2:1-13절의 오순절 성령 충만이다. 이 사건을 통하여 세계에 흩어져 사는 디아스포라들(이방 땅에 사는 유대인들)에게 방언을 주심으로, 모든 유대인에게 복음을 전파하는 문이 열리게 되었다. 

 

두 번째 성령의 역사는 10:23b-48절에 나타난 고넬료 사건으로, 이방인들의 복음화를 위한 제2의 성령강림 사건이다. 

로마군대의 백부장인 고넬료가 베드로의 설교를 들은 후 할례나 율법 준수 없이도 성령을 충만하게 받게 되었다. 이 사건을 통해 말하려는 중요한 내용은 이방인도 유대인이 되지 않고 예수를 믿음으로 유대인과 똑같이 성령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유대인이나 이방인이나 동일하게 예수를 믿는 것으로 구원을 얻을 수 있다는 ‘구원의 보편성’을 말해 주는 것으로, 기독교를 세계의 종교로 만든 결정적인 요소이다. 이 두 가지 성령 사건으로 구원은 하나님의 능력에 있으며, 어떤 인간적인 형편(민족, 신분, 성, 계층)도 구원의 전제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나타내고 있다.

 

둘째, 이런 복음 전파는 각각의 지역마다 가장 적합한 인물들에 의하여 사역이 완성되었다. 예루살렘과 유다의 사역은 베드로(그는 순수한 유대인이다)가 담당하였으며, 사마리아의 사역은 빌립(그는 디아스포라 유대인이다)이 맡았다. 그리고 땅 끝인 이방인들의 사역은 바울(그는 디아스포라 유대인이지만 헬라의 고등교육을 받은 헬라인이다)이 담당하였다. 이 모든 사역의 주관자는 탁월한 한 사도가 아니라 성령이었으며, 그 성령은 각처마다 가장 적당한 인물들을 선택하여 선교의 사역을 맡긴 것이다

 

10장에서 베드로가 고넬료를 전도한 이후에, 사도행전에서는 베드로에 대한 기록이 전혀 없다. 실제적으로는 베드로가 이방인 지역인 사마리아의 안디옥에도 있었으며(갈 2:6-10), 전설에 의하면 로마에서 순교하였다고 하지만, 사도행전은 성령이 각각의 구역마다 적합한 사람을 통하여 복음을 전한다는 신학에 따라 바울의 사역지에는 베드로를 전혀 언급하지 않은 것이다. 

 

사도행전은 각 장소와 민족적 혹은 문화적 상황에 따라 가장 적합한 사람이 성령에 의해 선택됨으로써 하나님의 복음이 성공적으로 전파된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베드로와 바울이 아무리 위대한 사도라 하여도 그들로만 복음이 전파되는 것은 아니며, 위대한 사도라 하여도 각자가 담당해야 할 영역이 있는 것이다. 다른 영역은 거기에 적당한 또 다른 사도들이 맡아서 하나님의 일을 완성해 나간다. 결국 복음의 역사는 사도의 역사가 아니라 하나님의 역사이다.

사도들은 하나님의 도구로 사용되었을 뿐이다. 하나님은 복음을 전하는 사도들의 인간적 한계와 상황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또한 그들의 좌절과 실패에도 불구하고 땅 끝까지 성공적으로 복음을 전파하신다. 결국 인간의 측면에서는 실패가 있어 보이지만, 그 실패까지도 하나님은 선으로 바꾸어 하나님의 일을 승리로 이끄신다(롬 8:28)(김춘기, 『신약성서 이해』, 2022, pp. 81-86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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