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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자의 성경해설서

소금과 빛 / 마 5:13-16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니…

  너희는 세상의 빛이라.   

 

 

  오늘은 장애인주일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신체적 장애 외에도 풀지 못하는 심리적, 정신적 장애를 가지고 있다. 인간을 가장 얽매고 있는 정신적 장애 중 하나는 끊임없이 뭔가를 해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사람을 업적으로 평가하고 있기 때문에 뭔가를 하지 않으면 낙오자, 소외자라고 여기고 이상적 삶은 항상 미래에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의 나는 불만족스럽지만 미래의 만족한 삶을 위해 열심히 산다는 삶의 패턴을 가장 바람직한 삶의 자세나 신앙의 지표로 삼고 있다. 그 결과 사람들에 대한 평가는 가시적인 업적과 지금은 그렇지 못하더라도 미래의 업적을 위하여 투쟁적으로 살아가는 모습에 두고 있다. 

 

   이 때문에 현재를 유보하고, 있지도 않은 미래에 집착하며 늘 뭔가 해야 하고 더 많이 소유해야 한다는 강박의식이 병적으로 나타나게 된다. 예수는 이러한 삶의 자세로는 행복할 수도, 만족할 수도 없으며 이런 사람들은 하나님 나라에 속한 사람이 아니라고 말씀하셨다. 하나님 나라는 미래가 아닌 현재 우리 마음에 임재하고 있는 것이다. 

   예수는 우리에게 세상의 빛과 소금인 것을 미래형으로 ‘빛과 소금이 되라, 될 것이다, 되기 위해 노력하라’라고 목표와 의무를 주려고 말씀하시지 않았다. 그것들은 인간의 노력과 공덕에 의해 얻어지는 대상이 아니라 예수 안에 있는 자가 이미 은총으로 받은 변화된 존재양식이기 때문이다. 빛은 빛이기에 가만있어도 자연스럽게 주변을 밝게 하며 소금은 소금이기에 당연히 짠 맛을 내는 것이다. 빛이 주변을 밝게 하는 것이나 소금이 짠 맛을 내는 것은 업적도 아니며 미래에 얻어지는 어떤 것도 아니다. 예수는 우리에게 너희는 이미 세상의 빛과 소금이라고 말한다. 

 

    아직은 아니지만 미래에 빛과 소금이 되려는 사람과 이미 빛과 소금이라는 것을 깨달은 사람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 자신이 아직 아니고 뭔가 채워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지금 당장 행동할 수 없다. 이런 사람은 그것을 얻으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이미 빛과 소금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지금 여기에, 자기 노력이 아니고, 이미 그렇게 된 자신을 자연스러움과 마르지 않음’으로 그 특징을 나타내게 된다. 

   소금과 빛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녹아서 사라져야 짠 맛이 나는 소금은 그리스도인들의 내재적 삶의 패턴을 말한다면, 빛은 착한 행실로 나타나는 그리스도인의 외부적 삶의 모습이다. 

   말씀이 우리 안에 들어와 소금과 같이 녹아 사라지면 그 말씀은 더 이상 하나님이나 예수의 말씀이라는 객체로 있지 않고 나의 것이라는 주체가 되어 버린다. 그렇게 되면 말씀이 나의 생각, 나의 삶으로 자연스럽게 나타나게 되는데 그것이 빛이다. 

 

   내 속에 말씀이 썩지 않고 나타날 때에는 하나님의 영광이 아닌 자기의 영광을 나타내지만, 완전히 썩어서 나타나면 ‘너희 빛이 사람 앞에 비치게 하여 그들로 너희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게 하라’는 말씀처럼 그리스도인들이 가는 곳마다 자연스럽게 성령의 아홉 열매가 나타나며 오직 하나님의 영광을 나타내게 된다. 

   예수는 우리의 가장 궁극적인 것이 미래에 있지 않고 이미 은총으로 주어져 있으며 그러기에 우리는 이미 세상의 소금과 빛이 되는 존재로 변화가 되었다고 말씀하셨다. 주님의 말씀이 오히려 짐이 되어 늘 무엇을 해야 하고 평가받아야 한다는 강박과 의무에서 벗어나 해방과 변화된 존재에서 있는 그대로 나타내는 빛과 소금의 아름다운 삶이기를 바란다.

 

미산 김춘기 설교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