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산(Sinai Mount)의 위치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설이 있지만, 그래도 근 2000여년 동안 수많은 순례자들이 거쳐간 산이 시내반도 남쪽에 있는 무사산(Jebel Musa(모세의 산); 2286m)입니다. 시내산 아래에 수영장이 딸린 호텔에서 잠간 눈을 붙인 후, 새벽 2시에 일어나서 시내산 등정을 시작하였습니다.
더러는 낙타를 타고 갔지만, 대부분은 걸어서 올라갔습니다. 메마른 산을 걸어 올라가는 동안, 제일 힘든 것은 사람들과 낙타에 의해 생기는 먼지를 견디는 것이었습니다.
등반 초기에는 길이 좋았는데, 약 세시간을 넘게 걸어 올라가니, 온통 바위로 된 길이라 등반하기가 그리 만만치는 않았으나, 대신 먼지가 나지 않아서 좋았습니다. 정상 조금 못미쳐 만난 작은 카페에서 마신 한 잔의 커피가 진한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물이 오래된 것이라 마시지 말라는 말도 있었지만, 어스름하게 밝아 오는 시내산을 배경으로 마신 한 잔의 진한 커피는 여전히 그 맛이 기억날 정도입니다.
커피 후에 약 10분 정도 천천히 사람들을 따라 올라가니, 시내산 정상이었습니다. 약 3500여년 전에 모세가 있었을 것으로 추측되는 산에 섰다는 것이 참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시내산 정상에서 둘러보니 멀리 홍해 바다도 보이는 듯 하나, 주변은 온통 황량한 광야였습니다. 나무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산들이 산맥을 이루어 둘러 선 모습은 가히 장관이었는데, 그 사이를 뚫고 떠 오르는 해를 바라보는 풍경도 가히 일품이었습니다.
일출 후에 예배드릴 장소를 찾는데, 우리보다 먼저 아르헨티나에서 온 팀이 열정적인 예배를 드리고 있었는데, 우리의 정적인 예배와 잘 대조되었습니다.
시내산 정상에서 한 참을 둘러 보다가 내려오는 길은 올라 간 길과는 다른 거친 바위 길을 택하여 내려 왔는데, 기기묘묘한 바위들로 만들어진 시내산의 풍경은 볼 만한 것들이 특히 많았습니다.
특히 내려오는 길에 만난 엘리야의 샘으로 추정되는 작은 우물과 수도원 건물을 만났는데, 이곳까지 피신하여 기도했을 엘리야의 심정을 잠시 느껴 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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