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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자의 성경해설서

‘빛을 들기’와 ‘빛을 비추기’ / 마 5:14-16

너희는 세상의 빛이라. 

 

  요즘 우리나라의 최대 이슈는 광우병 사태로 시작된 촛불집회다. 촛불집회가 오래 계속 되다보니 많은 요소들이 혼합되고 변질되기도 하여 이제는 무엇이 본질인지 곁가지인지 구분하기 힘들고 이에 대한 평가도 서로 다르다. 

   그동안 정치적 이슈에 대해 설교하지 않은 것은 구체적 이슈에 대해 설교하게 되면 나 자신도 정치 속에 살고 있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성경을 보기보다 개인적 취향에 따라 성경을 해석할 수 있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피해왔다. 

 

   한 가지가 모든 것을 장악하고 지배하는 세상은 잘못된 세계이다. 한 가지 종(種)이 지배하는 자연이나 세계가 가장 바람직하지 않은 것처럼 한 가지 이데올로기나 종교가 지배하는 세계는 병든 세계이다. 기독교가 절대적 종교로 지배했던 중세시대는 가장 나빴던 시대로 평가되면서 그때를 암흑시대라고 한다. 지금 한국의 촛불집회도 오직 그것만이 지배적 이슈가 된다면 바람직하지 않은 사회가 될 것이다. 

   예수는 ‘너희는 세상의 빛이라’고 말씀하셨다. 예수께서는 우리에게 빛이 되기를, 빛을 들기를 요구하지 않으셨다. 너희는 빛이 되어야 한다고 하시지 않은 것은 우리가 세상의 빛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부정하신 말씀이다. 또 너희는 빛을 들어야 한다고 말씀하시지 않은 것은 그런 행위로 하나님의 나라가 이룩된다는 것을 부정하기 위함이다. 

 

   그리스도인이 세상의 빛인 것은 빛은 우리의 소유물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빛이 우리의 소유물이라면 우리는 그것을 소유하기 위하여 노력해야 하며 소유한 다음에는 그것을 과시해야 한다. 그렇게 나타나는 빛의 결과는 자신의 영광이 된다. 그러나 빛은 우리의 소유물이 될 수 없다. 빛은 하나님과 예수의 속성이다. 성경은 그것을 “나는 세상의 빛이니 나를 따르는 자는 어둠에 다니지 아니하고 생명의 빛을 얻으리라”(요 8:12), “하나님은 빛이시라 그에게는 어둠이 조금도 없으시다”(요일 1:5)라고 말씀하신다.  

   하나님의 속성인 빛이 우리에게 있다는 것은 우리가 하나님에게 속하게 되었다는 징표이다. ‘너희는 세상의 빛’이라는 말씀은 너희가 하나님에게 속함으로 하나님의 속성을 지니게 되었다는 것이다. 빛이 되고자 하거나, 그 빛을 들려고 하는 사람은 빛인 사람과 매우 비슷한 것 같지만 근원적 차이가 있다. 그들은 빛을 자기의 소유라고 생각하며 자신이 누구에게 속해 있는지에 대한 관심과 반성이 아니라 빛을 드는 행동에 중요성을 둔다. 빛을 드는 행위가 정의와 평화, 정치적 바름을 뜻하지만 그와 함께 빛에 속함에 대한 반성이 없을 때는 그것은 늘 자기의 성향이나 목적, 이데올로기가 연관되어 나타난다. 

 

   빛 가운데 살아가는 사람은 노력 지향적이거나 드러내려고 하는 행동을 거부한다. 예수가 우리에게 빛이 되라, 빛을 들라고 하시지 않고 빛이라 하신 것은 빛 가운데 살아가는 일상적인 삶으로 “너희 빛이 사람 앞에 비치게 하여 그들로 너희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게 하라”는 말씀이다. 빛 가운데 사는 삶의 결과는 자기의 업적이나 성취로 남지 않고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게 된다. 

  촛불을 드는 사람들은 그 행동의 결과가 누구에게로 가는가. 자신의 이념이나 목적으로 가는가 아니면 하나님에게 가는가. 그것에 대한 판단은 그 영광이 누구에게로 가는지를 알면 된다. 그리스도인은 빛이 되고자 하는 사람이나 빛을 드는 사람이 아니라 빛인 사람이다. 하나님에게 속한 자로써 그의 모든 행위는 하나님을 드러냄으로 영광이 하나님에게로 가게 한다. 

   빛은 가만있어도 드러나게 마련이고, 빛을 본 사람들은 그 사람을 보게 되는 것이 아니라 빛을 보기 때문에 하나님에게 영광을 돌리게 되며 그런 사람들을 통하여 하나님의 나라는 이 땅에 임하게 되는 것이다.

 

미산 김춘기 설교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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