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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묵상/여호수아

여호수아가 기억할 것 (수 5:13-15)

여는 이야기

오늘 본문 여호수아 5장은 출애굽 세대가 끝나고, 가나안에서 열어갈 새로운 시대를 시작하는 말씀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요단강 도하이후 기념비를 세웠고, 그 이후 첫번째 한 일이 할례입니다. 할례는 여호와께서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에게 명령하신 것으로 하나님 백성이라는 신체적 표시를 말합니다.  출애굽이후 광야에서 태어난 2세대는 할례를 받지 못해서, 요단강을 건너 가나안 정복을 앞둔 지금 할례를 행했습니다. 

여호와께서 출애굽 2세대가 할례받은 장소를 ‘길갈’이라고 하셨는데, 그 의미는 ‘애굽의 수치를 너희에게서 떠나가게 하였다”로서, 이 말은 출애굽 1세대가 종료되었다는 의미기도 합니다.

또한 길갈에서 유월절을 지키게 하셨는데, 이 유월절은 특별합니다. 민수기 9장에서 성막을 완성하고 유월절을 지킨 후 약 40년만의 유월절이라는 점에서도 그렇고, 이 유월절을 끝으로 광야의 음식인 만나가 그쳤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이런 점에서 출애굽 2세대가 요단강을 건넌 후 길갈에서 지킨 할례와 유월절은 출애굽 1세의 모든 것이 끝났으을 점을 강조하는 것입니다. 이제 출애굽과 광야는 과거의 사건이 되었습니다.

 

새시대를 여는 이야기

유월절 다음 이야기는 좀 독특합니다. 여리고를 살펴보고 있던 여호수아에게 한 인물이 나타났는데, 그는 여호와의 군대 대장이었습니다. 여호와의 군대대장이라는 말은 성경에서여기만 나옵니다. 

이 존재를 만난 여호수아는 이렇게 질문했지요. “ 너는 우리를 위하느냐? 아니면 적들을 위하느냐?” 쉽게 말하면, 우리 편인가? 아니면 적군인가? 그러자 자신의 정체를 밝힌 여호와의 군대 대장은 이렇게 말합니다. “네 발에서 신을 벗으라. 네가 선 곳은 거룩하니라.” 그리고는 이야기는 끝나 버립니다.

모세의 떨기나무 소명 이야기와 비슷한데, 그때는 여호와께서 나타나신 이유와 소명의 이유도 말씀해 주셨고, 주저하는 모세를 여호와께서 설득하시기도 하셨습니다. 그런데 여호수아에게 나타나신 여호아의 군대 대장 이야기는 3절로 끝나 버려 전후 맥락을 파악하기 힘듭니다. 

그럼에도 이 이야기는 출애굽 2세대가  새롭게 시작하는 단계에서 일어났다는 점에서 중요합니다. 모세가 출애굽이라는 역사적인 소명을 앞둔 시점에 동일한 체험을 한 것처럼, 출애굽 2세대가 가나안을 정복하는 역사적인 전쟁을 시작하기 전에 이 이야기가 기록되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있다는 것입니다.

 

너의 자리를 기억하라!

여호수아가 여호와의 군대 대장을 만난 이야기가 주는 첫번째 의미는 “너는 하나님과 관계된  사역, 즉 하나님 백성의 지도자 임을 명심하라”는 것입니다. 여호와의 군대 대장이 이렇게 말합니다. “네가 선 곳은 거룩하니라”. 네가 행할 사역은 거룩하신 하나님의 일이라는 말입니다. 

지금 가나안을 정복하려는 여호수아, 당신은 가나안의 다른 왕국의 지도자와는 다르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입니다. 세상의 왕들은 자기의 왕국을 지키기 위해서 싸우는 존재입니다. 그러나 여호수아 당신은 당신의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명령과 뜻을 수행하는 자라는 것을 기억하라는 것입니다. 여호수아가 이 전쟁을 자신의 일로 여긴다면, 그는 군사를 모으고, 작전을 세우고, 정탐을 하면서 이길수 있을지 없을지를 계산하겠지요. 아마 그리하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여호와의 사자가 와서 큰 깨우침을 주는 것입니다. 당신이 가장 먼저 할 일은 하나님 앞에 거룩한 존재를 서라는 것입니다. 당신이 하려는 일은 당신의 일이 아닙니다. 그 일은 하나님의 일입니다. 그러므로 먼저 당신은 일을 행하시는 하나님 앞에 먼저 거룩한 존재가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이 공동체를 통한 하나님의 역사가 일어날 것이기 때문입니다.

네 가진 것을 믿지 말라.

이 이야기듸 또 다른 의미는 “네 발에서 신을 벗으라”는 것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모세의 출애굽 소명때도 그랬고, 지금 여호수아에게도 여호와께서는 이 말씀을 하신 이유가 무엇일까요? 

“신을 벗는다”는 것이 무슨 뜻입니까? 물론 거룩한 하나님 앞에서 낮아져야 한다는 겸손의 의미도 있지만, 이 본문에서는 “전쟁을 앞둔 장수가 무장 해제를 당한다”는 의미입니다.  

“네 발에서 신을 벗으라”는 명령에 여호수아는 크게 놀랐을 것입니다. 갑옷을 입고, 군화를 신고, 창을 들고 전쟁을 지휘해야하는 대장에게 군화를 벗으라는 말은 상식으로도 맞지 않는 말입니다.  그러나 모세도, 여호수아도 그대로 군화를 벗음으로서 신앙공동체의 지도자가 무엇인지를 어떠해야 하는지를 보여 줍니다.

“여호수아 당신이 가나안 전쟁을 할 때, 당신의 지략이나, 당신의 군대나, 당신의 능력을 의지하지 말라”는 단호한 메시지가 이 이야기 속에 있습니다.  전쟁을 당신의 힘이나, 재주나, 능력으로 하지 말라는 일종의 경고이기도 합니다.

얼마후 여리고 정복 사건 다음에 여호수아는 이 교훈을 잊었고, 아이성을 우습게 보고 자신의 계산대로 적을 얕보고 덤비다가 큰 패배를 당했습니다. 물론 그 원인이 아간이라는 인물의 범죄에도 있었지만, 그것마저도 파악하지 못할 정도로 이 교훈을 잊은 것입니다.

“네 발에서 신을 벗으라”는 이 말씀은 여호수아 당신은 전쟁을 하기 전에 먼저 하나님 앞에 엎드려 기도하라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전쟁을 앞두고 기도한다는 것은 자신의 능력과 군대보다 하나님을 더 의지하는 태도입니다. 여호와 하나님은 이 사건을통해 이것을 요구하신 것입니다.

사무엘상 23장에서 사울에게 쫓기던 다윗이 그일라 주민을 구원한 이야기가 있는데, 그일라 주민이 공격당하는 것을 들은 다윗이 처음 한 일이 “여호와께 묻자와 이르되”입니다. 그는 또 사무엘하 5장에서 블레셋이 쳐들어 왔을 때에도 19절에 “다윗이 여호와께 여쭈어..”, 23절에 “다윗이 여호와께 여쭈니..”라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네 발에서 신을 벗으라”는 말은 다윗처럼 하라는 말입니다. 전쟁을 앞두고 전략과 군대를 준비하거나 상대의 전력을 파악하는 일이 중요하지만, 그보다 먼저 여호와 앞에 와서 기도하며 여쭙는 것, 이것을 하는 지도자가 되라는 큰 교훈이 이 이야기 속에 있는 것입니다. 

가나안을 정복해야하는 세대를 이끄는 여호수아는 자신의 정체성을 깊이 되새겨야 했습니다. 그것은 그는 하나님의 거룩한 사역을 하는 대행자라는 사실과 자신의 힘과 군대보다 여호와를 기도로 의지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신앙은 무장해제로, 수류부쟁의 삶이다.

이 이야기는 우리 신앙인에게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하나님을 모르고 살 때는 세상의 법을 따라 살았지만, 하나님의 백성이 된 이후는 삶의 패턴이 달라져야 합니다.   

여호수아가 하나님 앞에 선 존재임을 기억해야 했던 것처럼, 우리도 하나님 앞에서 살아가는 존재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내 인생을 내가 살지만, 그 삶은 세상 사람들이 자기의 영광을 위해 사는 것과는 달라야 합니다. 우리의 삶은 거룩하신 하나님의 영광을 위한 삶이어야 합니다.

또한 신앙인은 어찌보면 신을 벗음으로 무장 해제를 당한 여호수아처럼, 무장해제된 심정으로 하나님만을 의지하는 존재여야 합니다.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내 생각과 가치관대로 주장하며 사는 신앙인이 아니라, 삶의 모든 것을 주관하시는 하나님을 절대 신뢰하는 믿음으로 사는 이들이 신앙인들입니다. 

내 것을 내려 놓아도 절대 망할 일이 없다는 것이 성경의 증언입니다. 오히려 내려 놓고 하나님만 의지할 때, 더 형통하다고 성경은 말합니다. 다투지 않고 주어진 길을 흘러갈 뿐이라는 수류부쟁의 말처럼, 신앙인은 하나님이 주신 삶에서 무장해제된 심정으로 하나님만 의지하고 사는 존재입니다.  

여호수아에게 원하셨는 하나님의 뜻을 깨달아 삶에서 행하는  저와 여러분 되시길 빕니다.